2025 연말회고 — 삶이 먼저 움직였던 한 해


2025 연말회고 — 삶이 먼저 움직였던 한 해

city and life change

2025년을 돌아보면
업무적으로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가 먼저 떠오른다.

한 해 동안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일을 떠났다가 다시 시작했고,
아이가 태어났고, 새로운 회사에 합류했다.

계획한 변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모든 사건들이 나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옮겨놓은 한 해였다.


🏠 3월 — 집을 샀다

home and stability

3월, 집을 구매했다.

개발자에게 집을 산다는 건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
삶의 기준점을 하나 고정하는 일에 가깝다.

이제는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곳을 중심으로 생활을 설계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퇴근, 생활 반경, 가족, 미래 계획까지
모든 선택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 5월 — 결혼, 그리고 권고사직

wedding rings minimal

5월은 감정적으로 가장 밀도가 높은 달이었다.

결혼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선택과
권고사직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사건이
거의 동시에 찾아왔다.

한쪽에서는
“이제 함께 살아간다”는 약속을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에는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고,
담담하다고 말하기에도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이 시점이 꽤 중요한 분기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7–9월 — 계약직으로 일하다

working alone laptop

7월부터 9월까지는 계약직으로 업무를 이어갔다.

정규직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에서의 일은
확실히 다른 감각을 준다.

역할은 명확했고
책임 범위도 분명했으며
“이 일을 왜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더 공격적으로 커리어를 확장하기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 9월 — 아이가 태어나다

newborn hand

9월, 아이가 태어났다.

이 사건은
다른 어떤 변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관점을 바꿔놓았다.

이제 선택의 기준에는 항상
“나” 말고 **“우리”**가 들어간다.

야근, 이직, 새로운 도전, 개인 프로젝트
모든 것 앞에
“이게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이 먼저 온다.

개발을 덜 하게 된 건 아니다.
다만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 12월 — 아이비리더스로의 이직

new beginning office

12월, 아이비리더스에 합류했다.

이 시점의 이직은
커리어 상승이나 기술 스택 확장보다
사람과 방향성을 더 중요하게 본 선택이었다.

연말에 새로운 회사, 새로운 동료들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다시 잘 달릴 수 있겠다”는 감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이직이 아니라
함께 오래 일해도 괜찮겠다는 선택에 가까웠다.


🖥️ 그럼에도, 개인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2025년은
업무적으로 큰 성과를 내는 해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던 해였다.

다만 예전과는 달랐다.
빠른 결과물보다는
“이걸 왜 이렇게 설계하는지”에 더 관심이 갔다.


☸️ 자작 쿠버네티스 클러스터

server rack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건
자작 쿠버네티스 클러스터 구성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실험도 많았다.

하지만 이 작업은
실무에 바로 쓰기 위한 인프라라기보다
내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보는 과정에 가까웠다.

자동화보다 구조를,
성능보다 안정성을,
최신 기술보다 오래 가는 선택을
조금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다.


🧪 여러 개인 프로젝트들

인프라 외에도
여러 작은 프로젝트들을 병렬로 만졌다.

이 중 많은 것들은
상용화되지 않았고,
완성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걸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들은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만들고 싶어 한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개발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썼는지,
얼마나 빠르게 구현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이 구조가 1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사람이 바뀌어도 이해 가능한지,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만질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삶의 구조가 바뀌면서
개발도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 쪽으로 이동했다.


2025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2025년은
업무적 성과보다 삶의 구조가 먼저 바뀐 해였다.


2026년을 바라보며

2026년에는
더 빨리 가기보다
덜 흔들리면서
오래 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

이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자주 쓰지 못하더라도
멈추지는 않으려고 한다.

2025년의 나에게
“생각보다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2026년의 나에게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