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중등수학 ⑧
공식은 왜 외워야 할까?
수학을 배우다 보면 자주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이해는 했는데, 왜 이걸 또 외워야 하지?”
공식은 늘 이해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해하면 안 외워도 될 것 같고
- 외우면 이해를 안 해도 될 것 같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공식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공식은 어느 날 누군가가 임의로 만든 규칙이 아니다.
공식은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친다.
- 여러 문제를 풀다 보니
- 같은 계산이 반복되고
- 그 과정을 한 줄로 줄이고 싶어진다
공식은 생각의 요약본이다.
이해는 과정이고, 공식은 결과다
예를 들어 이런 경험이 있다.
- 넓이를 직접 구해본다
- 여러 번 같은 방법을 쓴다
- 어느 순간 한 줄로 정리된다
그 한 줄이 우리가 외우는 공식이다.
그래서 공식은 이해를 건너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해를 저장한 형태에 가깝다.

그런데 왜 외워야 할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럼 필요할 때마다 다시 유도하면 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 계산이 길어지고
- 생각의 흐름이 끊기고
-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공식은 생각을 빠르게 하기 위한 도구다.
외운다는 건, 생각을 포기하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외운 공식이 왜 그런지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암기가 아니라 기억에 가깝다.
- 왜 나왔는지
-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 언제 조심해야 하는지
이 맥락이 함께 남아 있다면 공식은 생각을 막지 않는다.

문제는 ‘공식만’ 남을 때다
공식이 위험해지는 순간은 이럴 때다.
-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고
- 언제 쓰는지도 헷갈리고
- 틀려도 왜 틀렸는지 모를 때
이때 공식은 생각을 대신하는 버튼이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수학이 싫어졌다고 말한다.
공식은 지도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다.
- 이해는 길을 직접 걸어본 경험이고
- 공식은 그 길을 그려 놓은 지도다
지도를 외우는 건 길을 모를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도가 걸음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중등수학
이 글은 “공식은 꼭 외워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질문을 남기고 싶다.
이 공식은 어떤 생각을 대신 기억해주고 있을까?
중등수학의 공식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긴 생각 끝에 남은 흔적이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에서는 그 흔적을 하나씩 따라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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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이 숫자 자리에 서게 된 순간에 대해.